일반적으로 우리는 ‘분리수거’라고 하면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재활용함, 클린하우스,
정해진 요일에 내놓는 투명 봉투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은 대부분 도시 중심의 시스템이다.
대한민국의 넓은 국토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농촌, 특히 산지와 마을이 많은 강원도에서는
이와는 전혀 다른 분리수거 현실이 존재한다.
강원도는 지형적으로 도심과 거리가 먼 산간 지역, 인구 밀집도가 낮은 분산형 마을,
그리고 노년층이 많은 고령화 지역이 혼합되어 있다.
이러한 조건은 도시에서 통용되는 규격봉투, 클린하우스, RFID 시스템 등과는 다른 분리배출 방식을 요구하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강원도 내 실제 농촌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현장 중심 분리수거 방식, 행정의 대응 사례, 주민의 참여 방식 등을 중심으로
도시와는 전혀 다른 농촌 분리수거의 생생한 사례를 소개한다.
지역에 맞춘 환경 행정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 해답을 강원도의 마을 현장에서 찾아본다.
강원도 농촌 지역의 기본 쓰레기 수거 체계와 분리수거 현실
강원도 내 농촌 지역, 특히 인제, 평창, 정선, 영월, 화천, 양구 등 산간 마을에서는
생활 쓰레기 수거 시스템이 도시형 아파트 모델과 전혀 다르게 운영된다.
이들 지역은 ▲주택 밀도가 낮고 ▲공동 쓰레기장이 설치되지 않았거나 멀리 떨어져 있으며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 많기 때문에,
가정마다 정해진 요일에 종량제 봉투를 지정 장소에 가져다 놓는 방식으로 쓰레기를 배출한다.
예를 들어, 평창군의 한 마을에서는 매주 월·목 오전 7시 전에 마을 입구에 설치된 공용 수거장에
가정용 종량제봉투와 재활용품을 분리하여 가져다 놓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재활용 전용 수거함’은 설치되어 있지 않아,
마을 주민들이 봉투에 품목별로 담아 바닥에 일렬로 놓는 방식이 흔하다.
이처럼 분리수거는 주민의 자율성과 양심에 맡겨진 구조이며,
분리 기준이나 세척 기준에 대한 안내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일부 군청에서는 분리수거 교육 안내문을 연 1~2회 배포하지만,
고령층이 글씨를 읽기 어렵거나 인쇄물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한계도 존재한다.
농촌 마을에서는 특히 소각이나 무단 배출이 여전히 일상적인 경우도 존재한다.
겨울철 땔감과 혼합하여 태우는 쓰레기나,
산 속 공터에 묻거나 방치된 플라스틱, 폐비닐, 스티로폼 등의 사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강원도 각 지자체의 분리수거 실제 대응 사례 – ‘찾아가는 수거’, ‘마을별 집중 캠페인’
강원도의 각 군·시청은 도시와 달리 농촌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현장 중심형’ 또는 ‘마을 단위 수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정선군의 마을 수거 차량 운영, 양양군의 재활용 집중 배출제,
횡성군의 찾아가는 환경 교육 서비스 등이 있다.
* 정선군 – ‘지정일 순회 수거 차량’ 운영
정선군은 마을마다 쓰레기 수거 요일이 달라지는 산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수거차량이 각 마을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대신 마을 주민들은 수거일 당일 오전 7시까지 마을회관 앞 또는 버스 정류장 옆 수거장소에
종량제봉투와 재활용품을 놓아야 한다.
수거팀은 현장에서 분리상태를 확인하며, 혼합되어 있으면 즉시 반출 거부 및 계도 안내문 부착을 시행한다.
* 양양군 – ‘마을별 재활용 집중 수거일’ 운영
양양군은 전체 마을에 대해 한 달에 한 번 재활용 집중 수거일을 지정하고,
이날에는 군청 직원이 직접 방문해 재활용품 품질 상태를 확인하고 주민 계도 활동을 병행한다.
특히, 캔·플라스틱·종이박스를 품목별로 구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재활용 전체 수거를 거부하거나 교육을 재실시하는 등 강력한 정책을 운영 중이다.
* 횡성군 – ‘찾아가는 환경교육단’ 운영
횡성군은 고령층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환경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방문형 교육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각 마을회관에서 생활 폐기물 분리배출 시연,
농촌 쓰레기 배출 규정 설명, 주민 질의 응답을 진행하며,
실제로 교육이 진행된 마을에서는 무단투기 사례가 절반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보고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기존 도시형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지역 특성에 맞춘 맞춤형 행정 모델이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다.
농촌 분리수거의 특수성과 주민들의 실제 생활 방식
강원도 농촌 지역의 분리수거는
‘정해진 규정대로 하는 시스템’이라기보다
현장 상황에 맞게 조정되는 자율형 방식이 많다.
특히 인구가 적고 서로 잘 아는 주민이 많기 때문에
누가 제대로 분리했는지, 무단투기를 했는지 서로 감시하고 관리하는 비공식적인 커뮤니티 감시 체계도 작동한다.
또한, 농업 활동이 중심인 마을에서는 **농업폐기물(비닐하우스 비닐, 볏짚 포장용 끈, 폐플라스틱 등)**의 배출이
일반 가정 쓰레기보다 더 큰 문제로 작용한다.
이러한 품목은 재활용 대상이 아니며, 폐기물 전용 수거일에 맞춰 군청에 신고 후 배출해야 하는데,
이를 모르고 일반 쓰레기로 섞어서 버리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게다가 냄새, 파리, 벌레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여름철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직접 태우거나 묻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것이 곧 야생동물 유입, 수질오염, 산불 위험 등으로 번지는 사례도 있어
행정당국에서는 지속적인 계도와 민원 관리를 요구받는다.
강원도 화천의 한 마을 이장은
“쓰레기 문제는 분리수거보다도, 버리는 장소를 얼마나 잘 지키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즉, 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을 내부의 신뢰와 생활 습관이라는 말이다.
농촌의 분리수거는 ‘기술’보다 ‘공감’으로 접근해야 한다
강원도 농촌 지역의 분리수거는 도시의 그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기계나 설비, CCTV, RFID 카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 스스로가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감형 시스템’**이다.
행정이 아무리 표준을 만들더라도,
고령화된 마을 주민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실천할 수 없는 구조라면
그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농촌 지역 분리수거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주민 눈높이에 맞춘 교육(글씨보다 그림 중심)
- 차량 순회 수거 확대 및 배출 장소 유연화
- 농업 폐기물 수거 체계 확립
- 마을 단위 책임자(이장, 부녀회장) 중심 운영 체계
- 분리배출 우수 마을 인센티브 제도 운영
강원도의 분리수거 사례는 ‘환경 보호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는 원칙을 다시 일깨워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스마트한 기술 이전에, 지역에 맞춘 따뜻한 행정의 설계다.
농촌의 분리배출 성공이 대한민국 환경정책의 진정한 성숙을 보여줄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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