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분리수거

원룸 밀집지역의 분리수거 현실

eaststarnews 2025. 7. 11. 21:46

서울의 홍대, 건대, 신촌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원룸이 밀집해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많은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이 이곳에서 첫 독립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이 처음 마주하는 도시생활의 진짜 얼굴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특히, 분리수거는 원룸 거주자들에게 가장 혼란스러운 문제 중 하나다. 분리수거는 도시의 기본적인 공공질서이자 환경보호의 첫걸음임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서는 제대로 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홍대나 건대, 신촌 주변의 주거 형태는 대부분 원룸이나 다세대주택으로 이루어져 있고, 좁은 골목 안에 건물들이 밀집해 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분리수거를 어렵게 만든다. 예를 들어, 건물 하나에 수십 명의 세입자가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리수거장이 하나에 불과하거나, 아예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서 생활 쓰레기의 무단투기, 악취, 벌레 문제로 이어지며 지역 주민들 간의 갈등을 야기한다.

더욱이 원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지역에 단기간 머무는 경우가 많아 분리수거 규칙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상태로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들은 쓰레기봉투 구입 방법이나 재활용품 분류 기준조차 모르고, 건물주나 관리인이 이에 대해 안내하는 경우도 드물다. 결과적으로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들은 수거되지 않고 쌓여만 간다. 이는 주민뿐 아니라 인근 상인, 행인에게도 불쾌감을 주며, 지역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원룸 밀집지역의 분리수거

원룸 건물 구조와 분리수거 시스템의 불일치

원룸이 밀집된 지역의 건물 구조는 분리수거의 효율을 크게 저하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대부분의 원룸 건물은 주차 공간을 최소화하고 실내 공간을 극대화하려는 설계 방식으로 지어졌다. 이로 인해 분리수거 공간이 거의 마련되지 않거나, 있더라도 위치가 비좁고 접근이 어렵다. 특히 쓰레기통이 공용 현관 앞이나 외부 도로에 무분별하게 배치되어 있어 주변 미관을 해치고 악취 문제를 유발한다.

이와 같은 공간 부족 문제는 쓰레기의 장기 방치를 야기한다. 종이, 플라스틱, 유리병 등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들이 분리되지 않고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지거나, 반대로 재활용 쓰레기에 음식물 찌꺼기가 묻은 채로 섞여서 배출되는 일이 빈번하다. 수거업체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배출 형태를 이유로 수거를 거부하고, 결국 쓰레기는 며칠 동안 건물 앞에 쌓이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악취와 시각적 불쾌감은 고스란히 주변 주민에게 돌아간다.

건물주의 태도도 문제다. 일부 건물주는 쓰레기 수거 문제에 전혀 개입하지 않으며, 세입자들 스스로 분리수거를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방관적인 태도를 취한다. 심지어 분리수거 구역에 CCTV를 설치해 무단투기자를 감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불신만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

 

외국인 거주자의 증가와 분리수거 문화 충돌

홍대와 신촌, 건대 지역은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 유학생 및 단기 거주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지역이다. 이들은 한국의 쓰레기 배출 규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로 입국하며, 대부분 영문으로 된 안내 문구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다. 한국과는 분리수거 방식이 전혀 다른 국가에서 온 이들이기에, 기본적인 쓰레기 분리 방식조차 생소한 경우가 많다.

외국인들은 특히 ‘종량제 봉투’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비닐봉지에 쓰레기를 담아 배출하거나, 박스째로 물건을 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주변 주민과의 갈등이 자주 발생한다. 일부 한국인 거주자들은 외국인들이 규정을 무시하고 무단 투기를 한다고 지적하지만, 이는 실상 ‘정보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국인 대상의 분리수거 교육이나 안내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은 행정의 부재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자치구나 동 주민센터에서는 다국어 안내 자료나 방문 설명 서비스 등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외국인의 잘못으로만 치부될 수 없으며, 행정기관과 건물주의 책임 있는 개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에어비앤비와 같은 단기 숙박 시설이 늘어나면서 분리수거에 대한 책임 소재가 더욱 불분명해졌다. 단기 투숙객은 쓰레기 배출 방법을 알지 못한 채 그대로 퇴실하는 경우가 많고, 결국 호스트나 관리인이 처리하지 않는 이상 해당 건물은 쓰레기장처럼 방치되기 쉽다.

 

해결되지 않는 분리수거 고질병,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

원룸 밀집지역의 분리수거 문제는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선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잡았다. 이 문제는 세입자의 인식 부족, 건물주의 방관, 행정의 미비, 그리고 지역 사회의 무관심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물이다. 이처럼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개인의 자발적인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책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원룸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분리수거 전담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분리수거 관리자 1인을 배정하여 특정 구역을 전담하게 하거나, 매주 정기적으로 분리수거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사항을 피드백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다국어 분리수거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건물 입구나 엘리베이터에 부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건물주에 대한 책임 강화도 필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원룸 건물에는 반드시 분리수거 공간을 확보하도록 하고, 이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이나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반면, 분리수거를 모범적으로 관리하는 건물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자발적인 관리 체계를 유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이다. 쓰레기 문제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문제이고,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 세입자, 건물주, 지역 주민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과 캠페인도 병행되어야 한다. 자치구 차원의 분리수거 교육, 온라인 설명회, 커뮤니티 연계 캠페인 등이 병행된다면, 원룸 밀집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체계적인 분리수거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