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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분리수거

섬 지역에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 어떻게 하나요?

by 이스타뉴스 2025. 7. 26.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와 농촌 지역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지정 용기에 담아 배출하면,
정해진 시간에 수거 차량이 이를 수거해간다.
이 쓰레기들은 대개 음식물류 자원화 시설로 옮겨져
사료나 퇴비, 바이오가스 등의 자원으로 재활용되며 처리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스템이 모든 지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도서 지역, 즉 섬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방식이 전혀 다르다.
섬은 육지와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폐기물을 수거하고 운반하는 데 한계가 많고,
대부분의 섬은 음식물 전용 처리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기상 악화로 배가 며칠씩 뜨지 못하는 날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마을에 그대로 쌓여
악취와 해충, 야생동물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울릉도, 백령도, 흑산도, 제주도 일부 마을을 중심으로
섬 지역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자체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를 실제 사례 중심으로 다뤄본다.
또한, 섬 특유의 조건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그에 대한 대안적 처리 방식도 함께 정리한다.

섬 지역 음식물 쓰레기 처리

섬에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어려운 이유

섬 지역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 어려운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자체 처리 시설이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육지 지역은 대체로 인근 시·군 단위에
퇴비화 시설, 건조 처리 시설, 또는 바이오가스 생산 플랜트를 갖추고 있으나,
섬은 그러한 시설을 설치할 공간적 여유와 예산, 기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표적인 예로 울릉도는 음식물 쓰레기를 완전히 자체 처리하지 못하고,
일부는 단순 건조한 뒤 다시 육지로 반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울릉군은 2023년 기준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이 하루 평균 약 2.4톤으로 추정되며,
이 중 상당수는 포항 등 육지로 이동하여 외부 처리장으로 보내진다.
운반에는 선박이 사용되며, 기상이 좋지 않으면 며칠 이상 지연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울릉도 곳곳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임시 적환장이나 보관소에 며칠간 쌓아두는 일도 흔하다.

또한, 백령도와 대청도는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쓰레기로 분류하여 소각하거나,
자연 건조 후 분쇄 처리
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 문제보다는, 지속적인 폐기물 반출에 드는 물류 비용과
지역 내 민원으로 인한 처리시설 도입 지연이 주된 원인이다.

섬은 음식물 쓰레기의 수분 함량이 높아 운송 시 악취와 오염 문제가 발생하기 쉬우며,
해당 섬이 관광지일 경우 관광객이 남긴 다량의 음식물로 인해
일시적인 수거·처리 대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섬 특화형 폐기물 관리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섬 지역에서 운영 중인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방식

섬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식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건조 및 자가소각 방식
    – 제주도 추자면, 흑산도 등
    소규모 자가 건조기(음식물 탈수기)를 각 마을회관에 비치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햇볕에 자연 건조 후 일반 폐기물과 함께 소각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악취와 파리 등 해충 발생 문제가 있고,
    완전한 위생 처리가 어려워 민원이 잦다.
  2. 일반 쓰레기와 혼합 소각
    – 백령도, 자은도 일부 지역
    별도 음식물 쓰레기 수거 체계 없이,
    모든 음식물 잔반을 일반 쓰레기로 분류하여
    종량제 봉투에 함께 넣고 소각장 또는 육지로 반출한다.
    이는 재활용률이 낮고, 탄소 배출량이 높아지는 비효율적인 구조다.
  3. 자연 건조 후 퇴비화 시도
    – 통영 욕지도, 거제도 외곽 섬
    일부 섬은 음식물 쓰레기를 잘게 썬 후,
    톱밥과 섞어 퇴비로 전환하는 시범 사업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기술이 정착되지 않아 관리가 어렵고,
    악취 문제와 비위생적 환경이 발생한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4. 육지 반출 처리
    – 울릉도, 남해 도서 일부
    음식물 쓰레기를 육지로 선박 운송 후
    육상 자원화 센터에서 처리하는 구조다.
    비용은 높지만 위생상 가장 안정적이지만,
    날씨가 안 좋으면 반출이 지연되어 임시 적치량이 폭증할 수 있다.

이처럼 각 섬마다 여건과 인프라에 따라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방식이 완전히 다르며,
일률적인 기준이나 기술 적용이 어렵다
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섬 지역 음식물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와 대안

섬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도시형 폐기물 처리 방식과는 전혀 다른 **‘지역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은 운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의 도입이다.

소규모 음식물 쓰레기 건조기 보급:
태양열 기반의 자연 건조기 또는 저에너지 건조기를 마을 단위로 지원하면,
임시 저장 없이 1차 수분 제거가 가능해진다.
이 방식은 운송 시 부피와 악취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마을 단위 미생물 발효 시스템 도입: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하거나 액비로 전환하는 소형 발효 시스템이 최근 연구되고 있다.
이 방식은 인력만 있다면 자원 순환 모델로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관광객 대상 쓰레기 되가져가기 캠페인:
제주도 우도는 음식물 쓰레기를 현지에서 수거하지 않고,
관광객이 본섬으로 가져가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을 시행한 바 있다.
관광객의 책임 있는 소비를 유도하는 방향도 병행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 발생 자체 줄이기:
섬 내 식당,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잔반 줄이기, 정량 제공,
음식물 자원화 인센티브 제도 등을 통해
처리량 자체를 줄이는 정책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섬 지역의 특수성에 맞춘 자원화 모델 개발,
지속적인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지자체의 주도적인 운영 능력 확보가 병행되어야
섬에서도 음식물 쓰레기가 ‘문제’가 아닌 ‘자원’으로 인식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섬의 음식물 쓰레기, 지금은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

음식물 쓰레기는 매일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이며,
섬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단순 수거 중심 정책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기후, 운송, 예산, 시설, 인력 모든 면에서 제약이 많고,
이로 인해 일부 섬은 불가피하게 환경보다는 현실적 선택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섬도 대한민국 국토의 일부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은 쾌적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섬의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이제 단순한 배출과 수거의 문제가 아니라,
자원순환과 지역 지속가능성, 환경 정의 실현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작은 섬 하나가 음식물 쓰레기를 자원으로 바꾸는 실험에 성공한다면,
그 경험은 전국의 다른 도서 지역, 심지어는 육지 외곽 농촌에도 큰 교훈이 될 수 있다.
환경 문제는 지역이 작다고 덜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작고 고립된 공간일수록, 더 정교한 해법과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