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간마을에 도입된 쓰레기 자가회수제 사례

쓰레기 문제는 대도시나 산업지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전역의 농촌, 산간, 도서 지역에서도 쓰레기 배출과 수거, 처리의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산간마을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인구는 적으며, 인프라는 노후된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기적인 수거 차량의 운행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기존 분리수거 체계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도 제약이 많다.

기존에는 지자체에서 수거 차량을 투입하거나,
주민이 마을 회관 앞에 종량제 봉투와 재활용품을 쌓아두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철이나,
급경사지에 위치한 마을의 경우 쓰레기가 장기간 방치되는 문제가 자주 발생했고,
그로 인한 악취, 동물 접근, 재활용률 저하 등 다양한 문제가 지역 내 민원으로 이어지곤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몇몇 지자체는 ‘자가회수제’ 또는 ‘자율수거제’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시범 도입하고 있다.
이는 주민 스스로 폐기물을 지정 장소까지 운반하고,
지자체는 해당 폐기물의 최종 운반·처리를 담당하는 구조다.
본 글에서는 강원도와 충북, 전남의 산간마을 사례를 중심으로
‘자가회수제’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그리고 정착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를 심층 분석한다.

쓰레기 자가회수제란 무엇이며 왜 필요해졌는가?

‘폐기물 자가회수제’란 말 그대로 주민 스스로 자신이 배출한 쓰레기를
마을 외곽의 공동 수거장 또는 중간 집하장까지 직접 운반하는 제도이다.
이 방식은 일반적인 수거 체계와는 다른 점이 많다.
기존에는 가정 문 앞에 내놓은 쓰레기를 지자체 또는 수거 대행업체가 수거하는 방식이지만,
자가회수제는 최초 배출부터 지정 장소까지의 1차 운반을 주민이 직접 책임지는 방식이다.

이러한 제도가 필요하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1. 수거 차량의 진입 한계:
   산간마을 중 일부는 경사가 가파르고 도로 폭이 좁아
   1톤 트럭조차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수거를 위해 인력이 직접 오르내려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했다.
2. 인력 부족 문제:
   인구가 적은 산간지역은 상시 수거 인력을 투입할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되며,
   이는 곧 쓰레기 수거의 지연으로 이어진다.
3. 비용 대비 효과 부족:
   5가구, 10가구밖에 없는 외곽 마을을 위해
   매주 차량을 보내는 것이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가회수제는 지자체가 직접 수거해야 할 공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지정된 공동 집하장에 폐기물을 모으고,
그곳에서 일괄 수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운영 비용, 시간, 인력 부담이 크게 감소한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쓰레기 자가회수제 도입 사례 – 강원, 충북, 전남의 시범 운영 현황

가장 대표적인 자가회수제 도입 사례는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두촌리다.
이 마을은 가구 수가 적고 해발 700m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겨울철 눈이 내리면 차량 진입이 어렵고, 수거 인력이 오르내리며
하루 이상 걸리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에 평창군은 2023년부터 시범적으로
“주민이 주 2회 지정된 마을 집하장에 쓰레기를 직접 운반하는 자가회수제”를 도입했다.
대신 군에서는 이 집하장에 대형 폐기물 수거함, 분리배출 전용 컨테이너, 재활용 분류함을 설치하고
매주 1~2회 정기 수거를 진행했다.

비슷한 시기에 충북 괴산군 송덕마을에서도 자율 회수제를 운영했다.
괴산군은 해당 마을의 **청년회 및 이장협의체와 협력하여
‘주민이 직접 쓰레기를 정해진 날에 모아놓고, 지자체가 한 번에 수거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괴산군은 이 시스템이 지방세 절감에도 효과적이며,
쓰레기 분리 수준도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남 구례군은 자가회수제를 도입하면서
‘마을 단위 쓰레기 공동관리 매뉴얼’을 배포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자가회수 전용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으면 수거를 하지 않는 규정까지 적용했다.
이러한 방식은 주민들의 자율성과 책임 의식을 동시에 강화시켜 주는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쓰레기 자가회수제 장점과 단점 – 자율성을 키우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자가회수제는 분명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첫째로, 지자체의 행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접근이 어려운 산간마을에 굳이 인력을 반복 투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건비, 연료비, 운영비가 절약된다.

둘째, 주민의 환경 의식을 향상시킨다.
스스로 배출하고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분리배출에 대한 책임감과 재활용품 분류에 대한 이해도가 향상된다.
또한 마을 공동 집하장에서 눈에 띄게 분리배출이 잘된 사례가 생기면
**주민 간 ‘깨끗하게 버리기 경쟁’**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선 고령 주민이 많은 마을의 경우,
무거운 폐기물을 들고 경사진 언덕을 오르내리는 일이 쉽지 않다.
특히 겨울철이나 우천 시에는 안전사고 위험이 커진다.

또한 자가회수제를 유지하려면 마을 내 공동체가 단단하게 작동해야 한다.
누군가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전체 마을이 수거 거부 대상이 되거나,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장, 부녀회장, 청년회 등 조직 내 자율 관리 체계가 필수다.

마지막으로, 자가회수제는 마을 간 형평성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인근 다른 마을은 문 앞까지 수거 차량이 오는데,
우리 마을은 직접 운반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공평하다는 민원도 종종 제기된다.

 

쓰레기 자가회수제 공동체 기반, 맞춤형 시스템으로 정착해야

산간 지역의 폐기물 문제는 더 이상 도시형 수거 시스템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
자가회수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지방 맞춤형 정책 실험 중 하나로,
현재까지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특히 수거비용 절감, 주민 참여 확대, 환경 인식 고취 측면에서
지속 가능성이 있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거 방식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역할 강화, 고령자 지원 시스템, 수거 장소 안전 설비 강화 등의
다양한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지속 가능한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단지 쓰레기 처리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의 질과 지역 자립성 회복을 위한 핵심 과제다.
폐기물 자가회수제는 그런 점에서 중요한 시도이며,
앞으로 더 많은 산간마을이 이 제도를 도입하고
성공적인 정착을 이룰 수 있도록 행정적·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