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분리수거

제주도 분리수거 시스템의 특별한 구조와 그 속의 문제점

eaststarnews 2025. 7. 7. 07:35

제주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이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 지역이 특별자치도로 운영되는 섬 지역이다.
이러한 지리적, 행정적 특수성은 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육지’로 불리는 본토와는 다른 제주도만의 독특한 분리수거 규정과 처리 방식이 존재하며,
특히 관광객이 많은 지역 특성상 일회용 쓰레기의 배출량이 매우 많고 다양하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가 오히려 혼란과 불편,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제주도민뿐 아니라 관광객, 이주민, 단기 체류자 등 다양한 인구층이 공존하는 만큼,
분리배출 규정에 대한 정보 접근성과 이해도가 부족할 경우, 수거 거부, 벌금, 무단 투기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 글에서는 제주도 분리수거 시스템의 특징, 다른 지역과의 차이, 관광지로서의 한계와 실제 민원 사례,
그리고 현재 제주도가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점과 개선 과제까지 상세히 분석하여,
앞으로 지속 가능한 청정 제주를 위한 분리배출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제주도 분리수거 시스템의 특별한 구조와 문제점

제주도 분리수거 시스템의 독특한 구조 – ‘종량제 봉투 없음’, ‘전용봉투 중심’ 배출 방식

제주도의 분리수거 시스템은 대한민국 내 다른 시도와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쓰레기봉투 종류가 한정적이며, 별도 종량제 봉투 없이 전용봉투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서울, 경기 등 대부분의 지자체는 일반쓰레기 배출 시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만,
제주도는 가정에서 배출하는 생활쓰레기를 ‘혼합배출금지 품목’을 제외하고 전용 마대나 무색 봉투에 배출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재활용품은 전용 수거함에 품목별로 철저히 분리하여 배출해야 하며,
‘혼합배출’을 했을 경우 수거를 거부하거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클린하우스(분리수거장)’ 제도다.
제주도는 가정마다 쓰레기를 문 앞에 내놓는 방식이 아닌,
동네에 설치된 클린하우스라는 전용 수거 장소에 정해진 시간에 직접 가져다 버리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클린하우스는 ▲일반쓰레기, ▲재활용품, ▲음식물, ▲대형폐기물, ▲폐건전지 등을 모두 분리해서 버릴 수 있는 통합 수거 공간이며,
이 시스템은 불법 투기 방지, 청정 이미지 유지, 공동관리의 효율성을 기대하며 도입되었다.
하지만 관광객이나 단기 체류자, 외지인들에게는 이 시스템이 매우 낯설고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다.

 

관광지 특성상 생기는 분리수거 혼란 – ‘관광객 쓰레기’의 사각지대

제주도는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지역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일회용 쓰레기가 단기적으로 집중되는 곳이다.
숙소, 카페, 음식점, 테이크아웃 전문점 등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컵, ▲도시락 용기, ▲젓가락, ▲비닐 포장지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이러한 쓰레기 대부분이 비거주자에 의해 배출되기 때문에 ‘분리수거 책임의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관광객이 해변에서 일회용 도시락을 먹고 난 뒤, 가까운 클린하우스를 모르거나 찾기 어려워 근처 나무 밑이나 버스정류장에 무단 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게다가 일부 숙박업소나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쓰레기 배출 방법에 대해 명확히 고지하지 않거나,
자체적으로 수거하지 않아 관광객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로 인해 클린하우스 주변에는 수거 기준을 무시한 ‘혼합 쓰레기 봉투’가 쌓이는 일이 종종 발생하며,
미화원들이 직접 하나하나 분류하거나 통째로 반입 거부 처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제주도의 클린하우스는 위치가 일정하지 않고, 야간에는 문이 잠기거나 접근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어
쓰레기 배출이 불가능한 시간대에 무단 투기가 늘어나는 구조적인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이처럼 ‘관광객 쓰레기’는 제주도 청정 이미지와 직결된 민감한 이슈이며,
행정·관광·환경이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복잡한 과제로 남아 있다.

 

도민 체감 분리수거 문제와 행정의 한계 – 주민 간 갈등과 수거 오류

제주도민 중 상당수는 클린하우스 시스템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늘어난 외지인 이주와 에어비앤비 확산, 관광객 폭증 등의 변수로 인해
기존 주민과 신규 유입 인구 간 쓰레기 배출 인식 차이가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음식물 쓰레기 혼합 배출’ 문제다.
제주도는 음식물 쓰레기를 RFID 칩이나 스티커 방식이 아닌 전용 용기에 담아 무게 단위로 수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외지인은 음식물 쓰레기를 비닐봉지에 담아 클린하우스에 투기하거나,
재활용이 불가능한 용기를 혼합해서 버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또한 클린하우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지역도 많다.
예를 들어,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야간 시간대에 아무나 쓰레기를 쌓아두고 도망가는 무단 투기 행위가 일어나며,
그 피해는 결국 인근 주민과 환경미화원에게 전가된다.

행정기관은 클린하우스마다 감시 장비를 추가하거나, 분리배출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관리 인력 부족, 시스템 통합 미비,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분리배출의 책임이 명확하지 않고, 교육과 안내가 부족하다’는 공통된 원인으로 귀결된다.

 

제주도형 분리수거, 이제는 ‘관광 + 거주 + 행정’의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

제주도의 분리수거 시스템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매우 정교하고, 청정 지역을 유지하기 위한
최적화된 모델로 평가받을 수 있다.
특히 클린하우스를 중심으로 한 ‘공동배출 시스템’, 분리항목별 전용 수거방식, 재활용품 선별 규정 등은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인 분리수거 체계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관광객, 이주민, 단기 체류자 등 다양한 인구가 존재하는 만큼
분리배출 규정에 대한 교육과 안내가 부족할 경우, 시스템은 쉽게 무너진다.
또한 ‘누가, 어디서, 어떻게, 언제 버리는가’에 대한 관리가 명확하지 않다면
클린하우스 시스템은 오히려 쓰레기 집중지, 민원 발생지, 지역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제주도는 관광 중심 도시이자 생태 환경 중심 도시로서
쓰레기 정책을 '이용자 중심'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관광객이 머무는 숙소와 연계된 클린하우스 배출 정보 제공,
단기 거주자를 위한 다국어 안내, 관광업체의 자발적 분리배출 책임 강화 등
민간과 행정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정 제주를 지키기 위한 분리수거는 단지 행정의 몫이 아닌,
제주를 찾는 모든 이들의 공동 과제가 되어야 한다.